사실, 지난주 막내의 초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했다가 ‘모 이런 쓰레기 같은 졸업식이 다 있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완전 잡쳐서 돌아왔습니다.

10여분이나 늦게 시작한 졸업식, 아마도 중요한 내빈이 늦어 그런 눈치였는데, 가뜩이나 늦게 시작한 졸업식 초반부를 무려 20여분이나 시상으로 채웠습니다. 시의원 상, 국회의원 상.., 시상식은 상 받는 애들보다는 상을 주는 저 사람들을 위한 시간임이 역력-.

그러더니 운영위 총책인 듯한 자가 인사말 하다 말고 갑자기 뜬금없이 “우리 교장 선생님 위해서 기립 박수할까요?”(썰렁)

이보다 더 불쾌한 것은 좌석 배치였습니다. [학생1인+가족1인]을 앞쪽에 나열시키고 나머지 가족은 뒤와 옆에 도열시킨 의도까지는 좋았는데, 군데군데 이가 빠진 듯한 빈자리가 보인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요즘에는 졸업식에 아무도 데려올 수 없는 학생들도 꽤 된다는 사실을 학교는 전혀 아랑곳 하지 않는 듯했습니다. 그러기에 약 1시간 반 예식이 진행되는 동안 그 홀로 앉은 학생들 곁에 와 들여다보는 선생이 단 한 명도 없었겠지.

우리 애는 엄마, 아빠뿐 아니라 오빠에 고모까지 참석한 덕택에 풍성한 졸업식을 누릴 수 있었으나 우리 바로 앞에 앉아 있던 남자 아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30분 정도를 앉아 있다가는 도저히 못 참겠던지, 강당 마룻바닥에 침을 찍- 뱉고는 아예 의자를 뒤로 돌려놓고 앉아 잡담을 시작했습니다.

한 2-3분이 지나자 그것으로도 성이 차지 않았던지 졸업장을 자기 발아래 툭 던져 놓고는 그것을 짓밟으며 졸업식 끝나기를 기다렸습니다.
야- 요즘 초등학생 저렇게 쎄구나~ 하는 생각에 그 녀석 발 언저리를 한 컷 찍다가는 ‘내가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 아이 곁 빈 의자로 성큼성큼 가서는 앉았습니다.

나를 째려보는 그 녀석 눈을 같이 마주보면서 떨어져 있는 졸업장을 주워들고 흙발로 밟힌 그 부분을 일부러 맨손으로 닦아주기 시작했습니다.

일부러 보라는 듯이 맨손으로 싹싹 닦고, 구겨진 졸업장을 펴서는 꽂아주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침 뱉고 졸업장 짓밟는 그 행동이 혼자 앉아있기 창피한 그 아이로서는 아마, 그 창피함을 무마하려는 최선의 자존감 행동이었을 겁니다.졸업장을 건네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아저씨 나이 되면 이게 엄청나게 소중한 것이 되거든. 절대 버리지마? 약속.”

분노에 찬 그 눈빛의 녀석과 약지를 걸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졸업식 마지막 순서도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그 마지막 순서는 5학년 여학생 몇 명에게 미니스커트를 입혀놓고 성인 춤을 추는 순서였습니다.

그게 이 졸업식의 끝이었습니다.

이런 쓰레기 같은 졸업식은 살다 살다 처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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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JIN LEE李榮振 | Rev., Ph. D. in Theology. | Twtr | 호서대학교 평생교육원 신학과 주임교수 | 파워바이블 개발자 | 저서: 기호와 해석의 몽타주 (2017), 영혼사용설명서 (2016), 철학과 신학의 몽타주 (2015), 자본적 교회 (2013), 요한복음 파라독스 (2011). 논문: 해체시대의 이후의 새교회 새목회 (2013), 새시대·새교회·새목회의 대상 (2011), 성서신학 방법에 관한 논고 (2011). 번역서: 크리스티안 베커의 하나님의 승리 (2020). | FB | Twtr | 개인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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