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과 ‘친중반미’라는 역병(疫病)

‘우한 폐렴’과 ‘친중반미’라는 역병(疫病)

‘우한 폐렴’이라 불리는 돌림병이 전 세계를 덮치고 있다. ‘우한’은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市)를 일컫는 말이다. 여기서 발병한 것으로 알려진 역병이 우리나라에서도 1월 26일 현재 세 번째 확진 환자가 나온 상태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한 메시지에서 “정부를 믿고 과도한 불안을 자제”해달라 당부한 가운데, 국민 여론은 못 미더워 하며 중국에서 오는 입국자들을 전면 봉쇄하라는 요구까지 빗발치고 있다. 정부가 태만한 것인가 국민이 과민한 것인가.

우리나라 영화 중 흥행작 대부분이 재난에 관한 영화일 정도로 재난은 국민적 관심이다. 실제로 현 정부는 전 정부의 재난에 대한 대응 실패의 반동으로 집권한 정권이기도 하다. (그래서 미안하다 고맙다)

역대 재난 영화 목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추릴 수 있다.

<괴물>(2006) 1,000만
<해운대>(2009) 1,100만
<연가시>(2012) 450만
<타워>(2012) 500만
<감기>(2013) 300만
<더 테러 라이브>(2013) 550만
<설국열차>(2013) 930만
<설국열차>(2013) 930만
<터널>(2016) 700만
<판도라>(2016) 450만
<부산행>(2016) 1,150만

이들 재난 영화 중에 역병(疫病), 즉 전염병을 소재로 한 영화는 <연가시>와 <감기> 그리고 <부산행> 정도를 꼽을 수 있다. 그중에서 스토리로 보나 흥행 실적으로 보나 가장 저조한 작품은 <감기>일 것이다.

영화 감기. 김성수 감독, 122분.

1초당 3.4명에게 전염되고 치사율 100%라는 설정도 그렇지만, 미국의 전염병 영화 <아웃브레이크> 이야기 구조를 몽땅 베껴왔으면서도 그 역병으로 인한 궁극적 악은 미국이라는 설정 자체가 아주 진부하다. (최근 한국영화 속 악마가 기승전-미국인 것 자체가 일종의 역병이야)

그렇지만 이 이야기 구조는 우리의 현 상황과 가장 닮은 영화이다.

동남아시아 밀입국자들을 실은 컨테이너가 평택항을 거쳐 경기도 분당까지 당도하였는데 컨테이너를 열고 보니 밀입국자가 전부 사망한 채로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이들을 죽인 전염병 플루(flu) 병원균의 최초 보균자 몽싸이는 홀로 도주하고 난 상태이다.

<감기>의 한 장면. 사람들은 메르스 사태 때 이 영화를 떠올렸다.

영화 속 악(惡)은 분명 병원균 또는 그 균을 몸에 지닌 보균자로 시작했지만, 문제를 풀 열쇠이기도 한 그 보균자는 오히려 선(善)으로 전환되고, 어느새 궁극적 악의 자리에는 그 병원균을 봉쇄하려는 체제 또는 체제를 관리하는 지도자로 뒤바뀐다.

방역에 실패한 정부가 한 지방 도시(경기도 분당)를 완전 폐쇄하고 그 안에서 양성 환자를 골라 학살하려 계획한다든지 아예 도시를 통째로 날려버리려는 악의 주체로 둔갑한 것이다.

가축 살처분을 연상시키는 장면

영화 <감기>가 베낀 영화 <아웃 브레이크>에서는 한 군 장성이 그 악한이다. 그는 해당 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이미 해독 백신까지 확보했으면서도 자기들의 비밀 생화학 연구 사실이 탄로 날까 봐 백신은 은닉한 채 전염된 도시 전체를 폭격해 통째로 날려버릴 계획을 한다. (중국도 그런 미스테리에 휩싸여 있으며, 영화 아웃브레이크에서의 원인 개체가 원숭이 한 마리였다면 우한 폐렴의 원인 개체는 박쥐[또는 뱀]로 알려져 있다.)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아웃브레이크>

영화 <감기>에서는 대통령(차인표 분) 몰래 미국과 내통하는 총리가 도시를 통째로 날리려 한다. 미국에서 전염병의 세계 확산을 막도록 교사했다는 설정이다. (이 기승전 미국-악마 시나리오 역병 때문에 이 영화는 역대 재앙 영화 흥행 성적에서도 꼴찌)

살처분하려는 미국과 한국 대통령이 겨룬다는 망작 설정

현재 지금 이 시각, 실제 아웃브레이크(이 단어는 우리가 사전적으로 아는 것 이상의 기습적 돌발상황이라는 의미가 있다)는 경기도 분당이 아닌 중국의 우한에서 발생했고, 그 도시는 폐쇄되었으며, 도시를 폐쇄한 주체는 미국이 아닌 중국 자신이다.

미국을 억지 배역에 끌어들이지 않아도 중국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어디든 이런 아웃브레이크 상황이 벌어지면 인종은 둘로 갈리기 마련이다. 보균자(또는 그와 접촉자)와 그렇지 않은 자.

그런데도 정부는 미온적인 태도와 오락가락하는 공보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를 믿고 과도한 불안을 자제”하라는 대통령의 원론적 메시지도 그렇지만, 장관 한 사람은 아예 “우한 폐렴 걱정 말고 한국 관광 즐기세요” 라는 대 중국 메시지를 날렸다가 급히 수정되는 해프닝을 보이고 있다. (현재 아래와 같이 해당 기사 제목이 바뀐 상태)

우한폐렴 중국 관광객을 호객하는 듯한 제목이 5시간 만에 변경
文대통령의 26일 대국민 메시지

국민은 결코 어떤 구역을 폐쇄하라거나 누군가를 당장 살처분하라는 촉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일관성 있는 정책, 일관성 있는 대응 자세로 임해달라는 것뿐이다. 이전 정권 당시 그토록 국민 안전을 볼모로 큰 이슈를 만들어 정책화했던 현 정부 및 정당은 지금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화 <감기>와 같은 기승전-미국 악마화, 지난해 그토록 치열했던 NO JAPAN, 그러한 정책과 태도에 붙여 예외 없이 대(對)중국을 향해서도 확실한 방역 정책을 가동할 수 있어야 하는 데도 이 정부의 역할은 요원하기만 하다.

한 마디로 우한 폐렴의 진정한 역병 증상은 친중반미(親中反美)가 아닐 수 없는 대목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우한 폐렴이 결코 과거 메르스만 못한 역병이어서가 아니라, 역병에 대한 이분들의 과거 대응 자체가 그 얼마나 과민한 선동이었던가 스스로 방증하고 있는 셈이다.

전 정권 방역 관리의 무능을 규탄하는 야당 시절


YOUNG JIN LEE李榮振 | Rev., Ph. D. in Theology. | University Lecturer | 저서: 기호와 해석의 몽타주 (2017), 영혼사용설명서 (2016), 철학과 신학의 몽타주 (2015), 자본적 교회 (2013), 요한복음 파라독스 (2011). 논문: 해체시대의 이후의 새교회 새목회 (2013), 새시대·새교회·새목회의 대상 (2011), 성서신학 방법에 관한 논고 (2011). 번역서: 크리스티안 베커의 하나님의 승리 (2020). | FB | Twtr | 개인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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