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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철학과 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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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5 11:00 오후 #2343
《몽타주》해제 #17. 헤겔의 시간 개념
이글은 헤겔의 시간 개념에 관한 글이지만 더불어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을 관통하는 사탄의 기원에 관한 글도 된다.그러나 이것은 기독교 세계관과 기독교 바깥 세계관을 이어주기 위한 문학적 상징의 해석학적 유추이지, 조직신학이나 어떤 교리적 전통을 개정하기 위해 쓰는 글은 아니다.
우선 크로노스 신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일반적으로 크로노스는 하나로 알려져 있지만 Cronos(Kronos, Κρόνος)와 Chronos(Khronos, Χρόνος)는 다른 것이다.
전자는 농경의 신이고 후자가 시간의 신이다.
먼저 농경의 신 Cronos는 그리스 신화에서 올림푸스 시대 이전의 티탄족 신이었다. 그는 하늘 신 우라노스와 대지의 신 가이아의 아들로 등장한다. 그리고 그의 상징은 긴 낫이다.
그는 자신의 상징인 낫만큼이나 포악하다. 아버지 우라노스를 몰아내고 권좌에 오를 때 도망가는 아버지 우라노스를 거세시켜 버림은 물론(거세된 그 음경이 바다에 빠져 거품이 일어 아프로디테가 태어나는 신화로 연결), 자식을 잡아먹는 신이다.
아버지를 몰아낸 이후에 그는 권좌에 오르도록 도움을 준 형제 퀴클롭스들을 축출하는 바람에 어머니 가이아로부터 저주를 받는다. 아버지 우라노스에게 그리한 것처럼 그의 자녀들도 그에게 똑같이 행할 것이라는 저주였던 것이다.
이리하여 Cronos는 애들이 태어날 때마다 모두 잡아먹었다. 그의 아이들은 헤스티아, 헤라, 데메테르, 포세이돈, 하데스, 제우스로서, 장차 올림푸스 시대를 개막할 신들이었다. 아버지 Cronos는 가이아에게 받은 저주를 의식해 아이들이 태어날 때마다 집어삼키지만, 가장 마지막 아들인 제우스만은 삼키지 못하였다. 제우스 대신 보자기에 싼 돌덩이를 삼켰던 것이다.
이 돌덩이 때문에 그동안 집어삼킨 제우스의 모든 형제를 토해낸 Cronos는 제우스에 의해 축출 당하고, 제우스는 올림푸스 세대의 주신으로 형제들의 옹위 속에 등극한다.
여기서 Cronos가 앞서 우라노스를 거세하고 농경 신으로서 권좌에 올랐다 함은 하늘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었던 고대 농경 사회의 기대를 반영한다. 마침내는 하늘을 극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를 거세하고 자신의 자녀들을 잡아먹는 크로노스가 지배하는 농경 시대는 이제 새롭게 개막된 올림푸스 세대에 의해 교체 되면서, 농경은 데메테르(제우스의 누나)가 담당하게 된다. 데메테르의 이야기 즉, 지하세계의 신이 된 하데스(제우스의 형)에게 잡혀간 딸 페르세포네를 데메테르가 만나지 못하는 동안은(일 년의 반) 겨울이 된다는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 농경에 있어 절대 요소인 계절의 순환과 그에 따른 식물의 생장/수확의 이치를 이해하는 시대로 세대가 교체되었음을 시사한다.
그런데 우리가 이제 주목할 것은 여기서 등장한 잔인무도한 농경 신 Cronos가 어느새 시간 신 Chronos와 동일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Cronos와 Chronos, 비슷한 이름에 의한 현대인들의 혼동이 아니라, 이미 헤시오도스의 신통기에서부터 동일시되는 양상이 나타났는데, 농경 신 Cronos의 거대한 낫이 추수 때에 곡식을 베어 수확하는 그 가차 없는 속성은 마치 시간이 지닌 냉혹함의 속성과 통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간의 신 Chronos는 어떤 신일까?
그것은 분명 무형의 신(an incorporeal god)이지만 그는 머리가 셋 달린 삼두의 이미지를 갖는다. 사람-황소-사자의 상을 머리로 달고 나타난다.
즉, 순환성의 이미지인 것이다. 그것은 황도대(Zodiac Wheel, 12별자리/12간지)의 프로토 타입이라 할 수 있는 상징이다. 서양에서는 별자리로, 동양에서는 12간지로 구성된 그것은 순환의 주기로서 시간을 표명한다.
결국 농경의 신이던 Cronos는 (추수의 절기를 향해 진격하는) 무자비한 시간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존재가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유한성으로서 시간을 상징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것은 사신(死神) 즉, 타나토스로서 Father Time(아버지의 시간) 상징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그래서 서구의 죽음 신 타나토스는 언제나 긴 대낫을 들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자식으로서의 시간을 집어삼킨다는 점에서 위의 Chronos, 즉 순환적 시간으로서 의미와 통합된 것이다.
올림푸스 세대와의 싸움에서 진 크로노스는 타타로스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고 전해지지만, 고대 로마 시대로 넘어가면서는 ‘황금시대’의 지배자가 되었다는 또 한 전승/신화의 흔적으로 남아있다. 그렇게 하여 사투르니아라는 도시를 세운 사투르누스(Saturnus)라는 인물로 동일시 되어 남은 것이다(Italy).
이와 같이 그리스의 잔인하고 포악한 Cronos는 로마시대로 넘어가면서는 인자한 군주로 변신하면서 그의 이름은 한 별의 이름에까지 오른다. Saturn(토성)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하여 그것은 고대 로마의 농신제(Saturnalia feast)와 맞물려 추수/황금기로 상징되면서 여전히 낫을 든 Old Father Time(아버지의 시간) 상징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고대 헬라의 잔인한 아버지 상이자 시간이 갖는 이미지가 성경에 어떻게 투여되어 있는가는 바로 ‘사탄’의 정체와 중요한 관계를 맺는다.
우선 기원전 355년 경 역사가 Cleitarchus는 흥미로운 기록을 하나 남기고 있는데, 몰렉이라고 불리는 카르타고의 불의 신의 이름이 바로 Cronos였다는 사실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다음 말씀이 떠오른다.
“너는 이스라엘 자손에게 또 이르라 무릇 그가 이스라엘 자손이든지 이스라엘에 우거한 타국인이든지 그 자식을 몰렉에게 주거든 반드시 죽이되 그 지방 사람이 돌로 칠것이요”(레 20:2, 3, 4, 5; cf. 18:21; 사 57:9; 렘 32:35)
자신의 자식들을 잡아먹는 이방신과 동일시되는 이 신은, 카르타고에 있는 여러 비문에 언급된 바알 사투르누스*로서 인간 제물을 받았던 바로 ‘몰렉’이었던 것이다.
[*로마 이전의 정착지 지역, 도시의 끝에 있는 사투르누스(Saturnus) 신전은 바알(Baal) 신에 바쳐진 오래된 성소가 있는 지역에 지어졌다.]
이 사투르누스가 영어권으로 오면서 새턴(Saturn) 즉 토성이 되었으며, 토요일을 뜻하는 Saturday 역시 사투르누스의 영어식 표기로서 ‘새턴의 날’이다.
새턴이 무엇이던가?
그것은 토성이다.즉, ‘땅의 날’인 셈이다.
그렇다면 악신으로서 크로노스가 농경 신인 것과 토성(새턴)이 땅(earth) 새턴을 상징하는 궤적은 과연 우연일까?
몰렉에게 주어 자식을 불 가운데로 지나가게 하는 행위 역시 고대 농경 사회의 미신이라는 점에서 자식을 잡아먹는 크로노스가 몰렉이라는 사실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다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구약에서 사탄은 ‘땅’을 두루 돌아다니는 자이다(욥 1:7).
그 땅은 저주를 받은 땅으로, 엄밀한 의미에서 농경은 저주의 결과다(창 3:17-18).
신약에 들어서 최초로 등장하는 ‘사탄’(Σατανᾶ)이라는 명칭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땅에서 땅의 사람으로 (금식하며) 40일 간의 시간(Χρόνος)이 흘렀을 때 유혹하는 자의 이름이다(막 1:13).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베드로에게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 라고 말할 때에 그것은
하늘(하나님의 일)이 아닌 땅(사람의 일)을 생각할 때 쏟아낸 말이었다.그것은 마치
“이 토성아! 내 뒤로 물러가라!”라는 말이 아닐까?왜냐하면,
구약의 안식일이란 땅의 경작에 대한 정지의 의미였으며,
그러다가 교체된 궁극적 안식일이란
다름 아닌 ‘안식 후 첫날’이었기 때문이다.이것이야 말로
“이 토성아! 내 뒤로 물러가라!”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사탄의 기원은 무엇일까?
그것은 하늘을 거세하고 자기 뒤에 오는 카이로스(καιρός)를
집어 삼키려고 달려드는 시간으로서 ‘흙의 별’ 새턴,
그가 바로 사탄인 것이다.왜, 그것은 시간을 집어삼키고 삼키는바,
뱀의 형상인 까닭이다.여기서 헤겔은 바로 이 시간(크로노스)을 하나님으로 본 것이다.
이 개념 속에서 진화론(darwinism)과 공산주의(marxism)가 나왔다.* 설명 그림과 더불어 보충된 글은 아래 주소 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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