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타주》해제 #16. 오성(悟性)의 진수
솔로몬 앞에 두 여인이 재판을 하러 왔다.
두 사람 중 한 여성이 말하였다.
“이 계집과 한 집에 살면서 3일 차이로 둘 다 아이를 낳았는데 밤에 저 계집이 자기 아들 위에 눕는 바람에 자기 아들이 죽으니 내가 잠든 사이 내 아들을 가져다 자기 품에 누이고 자기의 죽은 아들은 내 품에 뉘었나이다.”
그러자 다른 여성이 소리쳤다.
“아닙니다. 산 것이 내 아들이요 죽은 것이 저 계집의 아들입니다.”
유전자 검사를 할 수도 없는 시절,
그렇지만 솔로몬이 단번에 말하였다.
“칼을 가져오너라.”
사람들은 어리둥절 했다. 왜? 갑자기 칼을?
솔로몬이 말하였다.
“산 아들을 둘로 나눠 반은 이 여자에게 주고 반은 저 여자에게 주어라.”
잔뜩 악에 받친 한 여성이 이렇게 말하였다.
“좋습니다. 내 것도 되게 말고 저 계집 것도 되게 말고 나누십쇼!!!”
그 소리를 듣자마자 한 여성이 그 아기를 위해 마음이 타들어 가는 것 같이되어 울면서 왕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청컨대 내 주여 산 아들을 저 여자에게 주시고 아무쪼록 죽이지 마옵소서.”
그러자 솔로몬이 말하였다.
“산 아들을 저 여인에게 주고 결코 아이를 죽이지 말라 저가 바로 그 어미니라.”
열왕기상 3장 28절은 이 사건의 결말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온 이스라엘이 왕의 심리하여 판결함을 듣고 왕을 두려워하였으니 이는 하나님의 지혜가 저의 속에 있어 판결함을 봄이더라.”
여기서 말하는 ‘지혜’라는 말의 원어를 번역하면 어떤 ‘아이디어’가 아니라
‘이해하는 마음’(understanding heart)이다.
오로지 ‘이해하는 마음’을 통해서만이 진짜 엄마와 가짜 엄마를 칼로 쪼개듯 가를 수 있었던 것이다.
(요즘 근래 들어 부쩍 자기 아이들을 국가에 떠넘기는 부모들이 많은데,
진짜 엄마와 가짜 엄마를 골라 내는 것도
Fiat justitia ruat caelum!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우는”] 일 아니겠는가.)
* 오성(悟性)은 Verstand, 즉 Understanding이라고 앞서 일러 두었다ㅡ.
칸트는 이 정도로 해두자. 이제 헤겔로 넘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