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문(美門)을 설립 이후 줄곧 ‘성서일과’를 본문으로 설교하고 있다. 성서일과에 관심을 안 가져본 기독교인이라면 목회자일지라도 그 명칭이 생소할 것이다. 그러나 설교 본문을 성서일과로 고집하기까지는 세 가지 이유에서이다.

성서일과를 고집하는 세 가지 이유

첫째, 주제 설교를 지양하기 위해서이다. 주제 설교가 다 나쁜 건 아니지만 나 개인이 주제를 선정할 때에는 원천적으로 그 한계와 범주는 지엽적일 수밖에 없다. 한 주간 속(俗)에서 일하다 지쳐 나오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이라 하고서는 ‘사람의 입’을 타고 나오는 말을 들려줘야 하는데 그것이 일개 개인의 자의로 선택된 것이라면 과연 얼마나 대언력을 갖출 수 있겠는가 하는 마음에서다. 그리고 제아무리 박학다식하고 성서 지식이 남다른 설교자라 하더라도 그가 구사하는 언어 캐시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가령, 무슨 세미나나 교회 성장 기술에 사로잡힌 목회자의 언어 캐시에는 그런 어휘들로만 들어차 있다. 게다가 성도는 2-3년 전에 써먹은 설교까지 다 기억하고 있다. 심지어는 특정 성도를 향해 표적 설교를 한 경우에도 모두 다 알아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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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설교자인 나 자신도 철저한 청취자가 되기 위해서이다. 만약 내가 주제를 선정하고 본문을 추려 나간다면 나는 도무지 청취자가 될 수 없다. 물론 일장일단은 있다. 하지만 내가 임의로 선택한 본문이 아닌, 철저하게 교회력에 입각한 검증된 본문 위에 설교자 자신도 함께 올라섰을 때,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정합성이 몇 배는 더 상승한다는 사실이 다른 모든 단점을 상쇄하고 남는다.

셋째, 일년 열두 달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설교자 자신이 임의로 본문을 정해서는 성서일과 정도 수준의─ 교리, 전통, 신학, 절기 일정까지 맞춘 ─본문들을 찾아내고 설계할 능력이 내겐 없다.
이 같은 고도의 성서일과는 하루 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성서일과가 언제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 전통에 관한 약사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성서일과의 기원과 역사

성서일과란 전통적으로 교회력에 수록된 여러 가지 절기의 성경구절 목록이다. 절기라고 하면 대강절, 성탄절, 주현절, 사순절, 부활절, 성령강림절(오순절), 이들 여섯 절기를 말한다.
성서일과에 대한 기원은 회당 시대까지 소급하더라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회당의 예전(liturgy)에서 말씀을 절기에 맞게 읽었기 때문이다. 물론 초대교회의 설립자들은 이와 같은 회당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았다. 지금의 성서일과와는 다르지만 어떤 형태이든 그 목록이 그 때부터 있었고, AD 4세기경 어떤 지정된 규례와 절기에 따라 교회의 성원들에게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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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크리스마스에 읽혔던 liturgy., 눅 2:1–10; 히 1:1–12, 마 1:18–25, 2:1–12, 갈 4:4–7.

교회 예전의 요소 대부분이 그렇듯 성서일과의 완성도 중세 교회로부터 진작되었다(중세 교회가 기원이란 소리는 아니다). 그렇지만 중세 교회의 절기가 죽은 성자들을 위한 교회력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성서일과에도 변질을 가져오고 말았다. 이것은 종교 개혁 세력이 교회력과 성서일과를 배격한 원인이 된다. 그러다 교회력과 이 성구 목록에 다시 관심이 일기 시작한 것은 19세기말에 들어서이다. 스코틀랜드 교회가 예배회복운동(the Liturgical Movement)을 일으키면서 절기와 성구집에 관심을 돌린 것이다.

이렇게 해서 스코틀랜드 장로교회를 필두로 교회 예식서에(1940년) 교회력의 합당한 성서일과를 채택하게 되었다. 이 성서일과-예식서는 가톨릭 것보다(Lectionary for Mass, 1969년) 약 30여년 빠른 버전이었다. 현재 세계에 유통되고 있는 ‘공동성서일과’(the Revised Common Lectionary)의 초판이라 할 수 있다

· 제 2 바티칸 공의회와 성서일과

이렇게 스코틀랜드 장로교회가 초대교회의 교회력과 성서일과를 회복한 후 22년 뒤 가톨릭 교회는 제2 바티칸 공의회를(1962-1965) 소집했었는데, 여기서 가톨릭 전 분야에 걸친 획기적인 개혁이 이루어진다. 그 중 가장 획기적인 것은 전 세계 개신교 학자들의 자문을 구하고, 스코틀랜드 교회의 성서일과를 비롯한 모든 종류의 성서일과들을 수집하여 마침내 1969년 버전(the Roman Lectionary for Mass)을 만든 일이다. 이 버전의 구조는 원래의 교회력과 성서일과를 회복하기 위하여 예수님의 생애와 구원사에 초점을 두었고, 오순절 성령의 역사에 의한 교회의 설립과 확산에 초점을 두었다. 서구교회는 이 성서일과를 현재 세계 “공동성서일과”의 모체로 여기고 있다.

· 공동성서일과의 형성

가톨릭에서 성서일과가 제정되는 동안 개신교회에서는 ‘영감’이라는 미명아래 철저하게 설교자의 기호에 따라 주관적인 본문에 입각한 설교가 만연했다. 설교에 관한한 가장 강력한 화력을 보유한 것처럼 여겨오던 개신교회는 실상은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그 화력에 비해 열매가 상응하지 못하다는 사실은 개신교회의 콤플렉스와도 같은 단면이다. 이에 기인하여 개신교 신학자들은 성서일과를 가톨릭에서 되찾아와 긍정적인 개신교 예전의 틀로 제시하였다.

이리하여 일부 교단 또는 일부 목회자들도 극히 주관적인 본문 채용과 기호에 따른 주제 선택에서 벗어나 교회력을 따라가는 온전한 예배에 대한 관심이 일어났다. 개신교회에 성서일과가 등장하게 된 것은 대략 1970년대이다.

현재 유통되는 성서일과의 초본 단계를 완성한 CCT-Consultation on Common Texts(공동본문 위원회)는 요즘 논란이 일고 있는 WCC 같은 교회 일치 성향으로 결성과 해체를 반복한 COCU-Consultation on Church Union(교회일치 협의회, 1972)의 산하 기관이었지만, 그 사실이 성서일과의 권위를 훼손하는 건 아니다. 중요한 사실은 위에서 전술한 취지에 입각하여 성서를 믿는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교회력과 성서일과의 제작을 결의하고, 1978년부터 4년간의 연구에 걸쳐 1982년 공동성서일과(Common Lectionary)를 완성해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9년간 베타 테스트 기간을 거쳐 지난 1992년에 완결판이라 할 수 있는 개정판 공동성서일과(The Revised Common Lectionary)가 나오기에 이른다

성서일과의 구성

로마 가톨릭의 성서일과는 미사, 특히 성만찬 축하를 위한 본문이었다. 그러나 개정판 공동성서일과는 광범위하게 (성만찬 없는) 말씀 예전만 있는 주간을 위한 본문을 포함한다. 이와 같은 고려를 하던 중에 3개의 본문과 시편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그리고 일반 주기의 3개의 본문들은 예배를 위해 준비하는 음악인, 미술가(배너, 예복)들의 영감까지 고려되었다고 한다.
이같은 성서일과에는 두 가지 원리가 있다. 하나는 렉시오 디비나 콘티누아(lectio divina continua)와 다른 하나는 렉시오 디비나 셀렉타(lectio divina selecta)이다. 전자는 통전적 읽기를 일컫는다. 창세기에서 계시록까지 읽거나 66권 중 한 권을 통째로 읽는 방법을 말한다. 후자는 선택적으로 읽기이다. 주로 절기에 따라 읽는 것을 말할 것이다.
성서일과의 예시는 다음과 같다

다음 주(부활절 제 6주/ 2015.5.10) 성서일과 사도행전 10:44~48; 시편 98; 요한1서 5:1~6; 요한복음 15:9~17.

3년단위의 성서일과 소개

A 타입: A 마태의 해에는 마태복음 중심으로 성서일과가 구성된다. 대림절로부터 주현절 이후의 복음서 본문은 예수님의 오심과 그의 현현을 표지한다. 첫 번째 본문은 대개 복음서 조명을 위하여 추린 본문들로서 이사야에 발췌되었다. 두 번째 본문은 로마서와 고린도전서에서 추린 본문들이다. 이곳의 절기 본문들은 성탄절에 대한 요한 1서 본문처럼 몇몇 전통 의식들을 특징하고 있다.
B 타입: B 마가의 해에는 마가복음 중심으로 성서일과가 구성된다. 대림절기에서부터 주현절기까지에 이르는 본문은 다 예수님의 오심과 그의 사역을 표지한다. 첫 번째 본문은 복음서를 조명하되 구약성서로부터 채택된 것들이다. 두 번째 본문은 주로 고린도후서에서 추린 것이다

C 타입: C 누가의 해에는 누가복음 중심으로 성서일과가 구성된다. 대림절로부터 주현절 이후의 주일들까지 복음서 본문들은 예수님의 오심과 그의 사역 시작에 대해 언급한다. 복음서들을 조명하기 위해 선택된 첫번째 본문은 히브리 성경 전체로부터 선택된다. 두 번째 본문은 고린도전서로부터 연속적인 본문들을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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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라는 도그마

우리 개신교는 설교라는 도그마로 그 얼마나 성서 위에 군림해 왔는지, 깊은 반성을 해야 할 시점에 오지 않았는가 하는 자성과 함께 하르낙(Adolph von Harnack)의 역작 History of Dogma(1885) 중 한 소절을 떠올려본다.

…도그마는 모든 교회의 배경에 있어 왔다. 동방교회는 제의의 공간적 측면을 강조했고, 서방교회는 교권적 측면을, 그리고 개신교회는 복음서 본질을 추구하는 측면에서 그랬지만, 역설적으로는 개신교 교회들이 가장 후대의 멀리 내려와 위치해 있으면서도 그 이점은 도그마들을 일시에 제거하는 데 아무런 문제될 게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그 변화는 자기 자신의 취향에 따라 직접적으로 말하는 방식의 설교라는 도그마로 치환되어 우리에게 와 있게 되었다

하르낙은 도그마가 복음을 방해한다는 입장에서 이런 진술을 한 것 같다.

우리 교회에서는 모든 성도뿐 아니라 목회자 역시 한 주간의 성서일과를 읽고 묵상한 후, 주일에 만나 예배드린다.
현재 A, B, C, 3년 분을 모두 마쳤다. 그래서 첫 해 분 성서일과로 다시 회전해 돌아간 상태이다. 이 서론을 필두로 성서일과용 설교 예문을 소개하려고 한다



YOUNG JIN LEE李榮振 | Rev., Ph. D. in Theology. | Twtr | 호서대학교 평생교육원 신학과 주임교수 | 파워바이블 개발자 | 저서: 기호와 해석의 몽타주 (2017), 영혼사용설명서 (2016), 철학과 신학의 몽타주 (2015), 자본적 교회 (2013), 요한복음 파라독스 (2011). 논문: 해체시대의 이후의 새교회 새목회 (2013), 새시대·새교회·새목회의 대상 (2011), 성서신학 방법에 관한 논고 (2011). 번역서: 크리스티안 베커의 하나님의 승리 (2020). | FB | Twtr | 개인블로그

“성서일과─매주 본문 정하는 방법”에 대한 3개의 생각

  1. 핑백: 성서일과로 설교 작성하는 법 | Mi Moon Church (美門)

  2. 저도 신학교 다닐 때 설교학 수업에서,
    교수님이 강해설교에 대해서 설교자의 주관성을 배제하고 본문 자체 의미를 설교하도록 만든다고 해서
    강해설교가 좋다고 하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질문이 나왔습니다. 그러면 설교의 가장 중요한, 시작이 되는- 본문 선택은 그럼 설교자가 자의적으로 선택할 수 있지 않나요?
    성서일과- 는 그 부분을 해결해주는 아주 좋은 툴 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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