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한 달란트를 감춘 자의 이야기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둔 한 목회자가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러 온 연약한 목회자의 손에 도움을 쥐여 줘 돌려보낸 후에 나직한 목소리로 이르기를, “확실히 하나님은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하시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는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확실히.”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은 적 있다. 누구에게서 전해 들은 게 아니라 내 귀로 직접 들은 말이다.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는 말씀을 가장 구조적으로 구현한 공관복음서 저자는 바로 마태이다. 마태는 특히, 자신의 복음서 후반부에 나오는 달란트 비유에서 이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룬다. 이 구조를 마태가 창안했다는 뜻이 아니라 공관복음 도처에 깔려 있는 이 정서를 가장 밀도 있게 다루고 있는 문필가가 바로 마태란 뜻이다.

근대기에 사본학이 발달하면서 가장 축소된 형태의 복음서인 마가복음에 더 큰 권위를 부여하는 경향성이 나타났지만 마태복음은 명실상부 제1의 복음서라는 위상을 갖는다. 산상수훈이 갖는 위상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완성도를 갖춘 주기도문을 수록한 것도 마태의 복음서이다. 공관복음과 평행하게 써 내려가는 다양한 단화들을 통해 구현하는 마태의 독창성은 바로 이 주기도문으로부터 흘러나온다.

김정훈 著, 「각각 그 재능대로 맡겨주신 고난」(2025)

이를테면, 마태는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모든 사람을 용서하오니 우리의 죄(ἁμαρτίας)도 사하여 주옵시고”라고 수록한 누가와는 달리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의 빚(ὀφειλήματα, debts)을 사하여 주시옵고”라 고쳐 썼는데, 이 빚은 이후에 언급될 달란트의 성격을 규정짓는 중요한 기제의 구실을 한다. 지금 이 책에서의 핵심 본문인 25장의 달란트 이야기도 다름 아닌 이 ‘빚’ 아래 놓여 있다.

마태에게 달란트는 누가가 동등한 자본으로 표기한 ‘므나’에 대한 반동으로써, 불균형하게 타고나는 재능을 표기하고자 도입한 단위이다. 누가는 동일하게 수여된 한 므나에서 불어난 변수의 가치를 측량하지만, 마태는 불균형하게 타고난 재능에 대한 배수의 가치를 측량한다. 즉 누가에게 이 종은 심판해야(κρίνω) 할 종이지만, 마태에게 이 종은 수익을 못 내는(ἀχρεῖος) 종이다. 다른 말로 하면, 바깥 어두운 데로 내쫓겨 슬피 울며 이를 갈고 있을 수많은 하나님의 종이다.

그 바깥 어두운 데서 느끼는 참담한 수치가 바로 이 책의 출발 지점이다.
대중은 바깥 어두운 데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다.
바깥 어두운 데에 처한 교회에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그 바깥 어두운 데서 일어나는 일을 잘 알지 못한다.
바깥 어두운 데에 처한 목회자가 그 다음에 어떻게 되었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다.
더 정확히는 그 바깥 어두운 데서 역사하시는 성령의 일을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반면 모든 인간은 수치를 알고 있다.
자신의 어두운 면에서 서식하는 수치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심지어 연약한 목회자의 손에 도움을 쥐여 준 그 목회자에게도 은밀한 수치가 있다.
그 수치를 가릴 만한 달란트 곧 재능을 타고 났거나, 혹은 그 수치를 가릴 만한 달란트를 타고나지 못한 차이만 있다.
그런 점에서 한 달란트 감춘 자의 수치는 수치를 외면한 자들의 채무(ὀφειλήματα, debts)이다.

저자 김정훈 목사는 이 점을 우리에게 폭로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은 우리는 수치를 체험하게 된다.
수치를 감추었던 사실에 대한 수치 말이다.

2024.10.23.
이영진 / 호서대학교 평생교육원 신학과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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