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타주》해제 #18. 헤겔의 ‘합법적 모순’
헤겔의 시대만 하여도 철학은 오늘날의 철학과 달리
하나님에 대해 연구하되 세상에서 발생하는 모든 특수한 상황들을
하나님으로부터 파생되어 나온 것으로 정당화시키는 것을 ‘철학의 과제’로 여겼다.
사실상에 ‘신학’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하나님으로부터 파생되었다고 하는
‘특별한 상황’이 문제였다.
특별한 상황이란 주로 ‘모순된 상황’
즉, 신정(神正)의 문제.
‘왜 하나님이 계시다면 이런 일이 발생할까’ 라는…
그리하여 헤겔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순서로 해명하였다.
0_ “하나님은 정신이다!”
[이때에 정신(Geist)은 영(靈)을 대신한 말이다.]
1_ “세상의 모든 일은 이 ‘정신’으로서 하나님의 자기소외(自己疏外)로부터 도래하는 그분 자신의 활동이다.”
[‘하나님의 자기소외’가 대체 먼 말이냐? 하나님의 자의식/무의식을 말하려는 것이다. 데카르트/칸트에게서 넘어온 관념 참조. 데카르트는 ‘빈 봉지’, 칸트는 ‘정신’, 해겔은 ‘자의식’.]
2_ “세상에서 현존하는 문제들 즉, 이 유한한 것들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는 부정적인 것들이 ㅡ 다른 말로 하면 ‘악한 것들’, ‘불완전한 것들’ ㅡ 포함되어 있는데, 우선적 목표는 그 ‘정신 하나님’이 이들 악한 것을 부정함으로써 세계를 보다 더 높은 진리의 세계로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하나님을 계속 ‘정신’으로 보는 것에 주목~~ ‘하나님이 일하신다’가 아니구 ‘정신의 활동(이 곧 신)’이다.]
3_ “최종적으로는 그 정신(하나님)이 자기를 그 속에서 완전히 인식할 수 있는 세계, 곧 하나님이 모든 것 안에 있고 모든 것이 하나님 안에 있는 세계가 이루어질 때에 그 (신적) 정신은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것이다.”
※ 결국 세계의 모든 것은 정신 하나님이 자기 자신으로부터 출발하여 자기 자신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바로 헤겔의 방법론의 기본 골격
즉, 변증법이다.
위 1에서~ 3까지가 주된 형식으로,
1_ 正 (찬동이 있고)
2_ 反 (반대가 있고)
3_ 合 (다 합쳐~)
이것이 헤겔 이후 세대를 장악한 방법적 틀이 되었는데,
그동안은 데카르트와 칸트에게서 ‘관념’으로만
떠돌던 Idea/세계가 (사실은 플라톤 때부터)
이제 물질적인 실체가 되어
세상 밖으로 튀어나올 채비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하여 나온 실물 세상이 바로
‘진화’(Darwinism)와 ‘공산주의’(Marxism)ㅡ
진화(evolution)하고 폭력(Gewalt) 할 수 있는
정당화의 길이 열리게 된 셈이다.
* 다른 말로 하면 크로노스(Κρόνuς)ㅡ
* 이 과정을 이 책에서 이른바 “합법적 모순”이라 이름 붙였다.
앞서 데카르트에게는 “합법적 의심”이라 이름 붙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