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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51
    mi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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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타주》해제 #24. 희망은 왜/어떻게 솟아나는가

      입대를 앞둔 아들에게 뭔가 조언을 해야 할 텐데…
      다음과 같이 조언하였다.

      입소 첫 날 가장 강한 좌절과 두려움이 강타할 것이다.
      아마 그것이 첫 번째 관문이 될거다.

      그것은 ‘이제 갇혔다!’ 라는 생각과 함께 피어오를 것인데,
      ‘내가 지금 여기 왜 와있지?’
      ㅡ라는 생각과 더불어
      ‘여기는 내가 와 있을 곳이 아니야!’
      ㅡ라는 생각으로 변할게다.

      첫 날보다 둘째 날이 나을 것이고,
      둘째 날보다 셋째 날이 나을 것이지만,

      힘써 밀어내지 않으면
      그것은 언제든 계속해서
      스물스물 올라오고야 만다.

      어쨌든 첫 날만 넘기면 강도는 다소 약해진다.

      그 다음은 숨이 차오를 때 강한 좌절이 찾아올 것이다.

      아다시피 체력에는 두 종류가 있지 않더냐. 폐활량과 근력.
      근력보다는 폐활량에서 더 큰 좌절이 오게 마련이다.
      팔다리 근육보다
      폐/심장의 장기가 마음과 더 가깝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겨낼 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그러나, 반드시 ‘쉬는 시간’은 주어지게 되어 있다.
      ‘쉬는 시간’을 바라보며 견딜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전체 일수 중 절반은 왕노릇 할 것이지만,
      절반이 넘어가면서는
      첫 번째 달게 될 계급(장)을
      선망하게 될 것인데,
      그러고 나면 희망이 들어 찰 것이다.

      가령, 네가 지금 볼 때
      역전이나 터미널에서
      작대기 하나 달린 이병 계급 군인 보면 어떻게 보이드나.
      까마득해 보이자?

      그러나 그 일반 병사들이 훈련 기간 말미에는
      그 작대기 하나가
      마치 별 처럼 여겨지게 되어 있단다.
      통상 4-5주면 사람이 그렇게 바뀌는기라…

      이 리듬에 순응하거라.

      이것은 군대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
      우리가 살면서 희망을 산출하고 치환해내는 기술에 관한 예시일 것이다.

      또한 이것은 인간 만이 지니고 있는 위대한 능력이기도 하다.

      《쇼생크 탈출》에서 주인공 앤디와 한 날 감옥에 들어갔던
      뚱보 죄수는 그 첫 날의 두려움을 넘기지 못해
      죽고 말았다.

      유기수(有期囚)는 자신이 감옥에서 나갈 날을 (비교적 손쉽게) 희망으로 환산할 것이다.

      그러나 무기수(無期囚)는 희망으로 환산할 날짜가 없다.

      이때,

      니체는 이 문제에 대해 별로 해줄 수 있는 답변이 없었기 때문에
      초인(Übermensch*)이라는 개념을 들여왔다.
      [*돌고 돌면 Superman 된다는ㅡ cf. 윤회]

      그러나 그것은 결과적으로 희망이라는 관념까지 죽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많은 사람이 관념을 학살하는데 동참했고
      또 지금도 그 학살을 자행하고 있지만
      관념은 거짓이 아니라
      무기수로 하여금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다음) 세상을 희망으로 치환해낼 수 유일한 자산이다.

      니체와 같은 사조가 유행하게 됨에 따라
      이 세상에 초인(Übermensch)보다는 흉악한 파괴자(Frankenstein/프랑켄쉬타인)가 들끓게 된 것은 다 그런 까닭이다.

      다른 말로 하면,
      이 땅이 감옥이요 우리 모두 무기수인 까닭인 것이다.

      * 어차피 죽을 몸인데 자살이 금지된 것도 이 감옥/무기수 원리에 상응한 것이되, 희망이 제거되면 아무리 좋은 철학도 신학도 죽음의 원리에 종사하게 되고 마는 법이다. 경계하라.

      * 희망은 왜/어떻게 솟아나는가: “하나님이…또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전 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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