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로 인하여 백성의 마음이 상하니라.
가장 좋아하는 본문 중의 하나이다. 개역성경 특유의 한글 미학이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다.
새번역은 “길을 걷는 동안에 백성들은 마음이 몹시 조급하였다.” 하고,
공동번역은 “길을 가는 동안 백성들은 참지 못하고”라 하였으나,
마음이 몹시 조급한 것도 아니고, 참지 못했던 것도 아니다.
“상하니라”는 카차르의 미완료 틱차르(תִקְצַר)를 번역한 것인데, 계속해서 짧아지는 상태를 말한다.
마음이 계속해서 짧아진다는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왜 마음이 상했는지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
받다레크(בַּדָּֽרֶךְ), ‘길’ 때문이었다.
그러나 받다레크는 단순한 길이 아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고대어의 정관사는 그 명사를 현대어 정관사보다 강하게 주도한다.
“그 길”인 것이다.
단순한 길이 아니라,
‘그 길’ 때문에 마음이 짧아져들어갔던 것이다.
그러면 ‘그 길’은 어디를 말하는가.
이스라엘 백성은 에돔과 부딪치지 않으려고 길을 돌아서 갔다. (형제 민족이기 때문에) 그런데 그리로 가다보니 홍해를 따라가는 길이 나왔다.
‘그 길’이란 바로 홍해 길을 말한 것이다.
70인역은 이 짧아져들어가는 상태를 작은(ὀλίγος)이라는 형용사에서 온 부정과거 동사(ωλιγοψύχησεν)로 옮겨 놓았는데, 보다 명확한 표현이 되었다.
이 올리고스(ὀλίγος)가 들어간 예문 하나를 소개하면 이런 것이다.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니라”
좁고 협착한 길은 옥탑방 달동네나 술집 슬럼가가 아니라, 다름아닌, 왔던 “그 길”인 것이다.
이 때 사람들의 수가 적어진다고 하였는데,
이 적어지는 올리고스(ὀλίγος)가 바로
틱차르(תִקְצַר) 즉 짧아져들어가는 마음이었던 것이다.
여기서의 마음은 Mind가 아니라 네페쉬/영혼을 말한다.
영혼이 상한 것이다.
틱차르는 추수할 때 곡식을 베는 것이기도 하다(짧아져들어가는 것이니까).
우리가 추수당하는 지점은
바로 그 길.
바로 그 원점인 셈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표현인가.
길로 인하여 마음이 상하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