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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937
    mi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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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세기 1장 11절 주석

      이 문맥 안의 식물을 몇 종류 식물로 결정하느냐에 따라 이 맥락이 지닌 진정한 의미에 다다를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이를 테면 개역 한글이나 KJV에는 풀, 채소, 과일나무, 이렇게 세 종류의 식물이다. 그러나 헬라어로 된 구약성서인 70인(LXX) 역에서는 두 종류의 식물이다. ‘채소의 어린 싹’과 ‘과일나무’라고 번역했다. ‘풀’이라는 단어를 ‘채소의 싹’으로 연결시킨 것이다. 풀을 뜻하는 데쉐(דֶּשֶׁא)와 채소를 뜻하는 에세브(עֶשֶׂב)라는 단어가 서로에게 소유격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70인 역은 가끔 오역 시비에 휘말리지만 대단한 의역 능력을 가진 역본이다. 풀, 채소, 과일나무, 세 개의 식물을 두 종으로 결정 짓기도 했지만 거기에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종(種, species)을 뜻하는 민(מִין)이라는 명사의 쓰임새가 바로 그 목적을 밝힌다. ‘종류대로’라는 말을 70인 역에서는 마치 1장 26절 ‘인간 창조’의 운율에 맞추고 있음이 그것이다. 인간의 창조가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였다면 여기서는 ‘종류를 따라 모양대로’라며 카트 호모이오테타(καθ᾽ ὁμοιότητα)을 의역으로 삽입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을 말하려는가. 모든 종이 구별되게 창조되었다는 이 말은 곧 모든 종은 구별되어야 한다는 언명임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근대들어 발생한 진화론이 이 창조의 원리를 혁파했다기보다는 스스로 이 언명에 대한 불복을 드러낸 것이라 하겠다. 이리하여 70인 역은 ‘풀, 채소, 과일나무’이렇게 의미 없는 3종 세트로 오역될 수도 있었던 것을 ‘씨 있는 과일나무’. ‘씨 있는 채소 싹’으로 잘 분류함으로써 ‘씨’를 잉태한 식물이라는 문맥을 원래의 의미대로 잘 살린 셈이다. 왜냐하면 이 잉태하는 생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이 창세기 첫 장의 운율이기 때문이다. 한글 중에 새번역이나 공동번역은 다음과 같은 식으로 번역함으로 이 ‘풀’이냐 ‘새싹’이냐 문제를 회피하였다. “땅은 푸른 움을 돋아나게 하여라. 씨를 맺는 식물과 씨 있는 열매를 맺는 나무가 그 종류대로 땅 위에서 돋아나게 하여라.” 생산과 관련된 이 종의 문맥 민(מִין)이 1장에서만 10번이 사용되고 있다(참조: 11, 12, 21, 24, 25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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