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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2 8:12 오전 #8968
“우리의 형상을 따라..,” 하나님이 자신의 자아를 사용하여 ‘우리’라 표현하는 것에는 세심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선 어떠어떠한 것들로 한정을 지어서는 안 되는 지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1) 성부·성자·성령 ‘삼위일체’로 한정지어서는 안 된다. 2) 천사(들)와 같은 모종의 천상의 존재(들)로 확정지어서도 안 된다. 3) 하나님이 자기 자아를 재촉하는 복수형으로서의 ‘우리를’ 상정해서도 안 된다. 하나님 엘로힘(אֱלהִים)의 ‘엘’(אֵל) 자체가 고대 근동의 이교적 신성을 포함하는 당대 범용어였던 사실을 유념할 것이다. 이 같은 범용어의 채용은 고유화되고 조직화되기 이전부터 세상에 널리 알려진 신성의 편재에 대한 가장 적절한 표지였던 셈이다. 그러므로 엘로힘이라는 복수형 호칭과 함께 그 자아를 표현하는 ‘우리’란 말은 서수로서의 고유화된 어떤 기호라기보다는 ‘많다’(혹은 넓다)라는 의미로서 임하는 신성적인 복수형의 기호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참고로 삼위일체라는 개념은 이러한 ‘많다’라는 의미와는 전혀 다른 기호임을 유념.) 아울러 “…형상을 따라…모양대로”(창 1:26)라 하였을 때 형상(첼렘)은 ‘이미지’로 흔히 번역하지만 일반적으로 이미지는 2D에 국한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형상 첼렘(צֶלֶם)은 2D로서 평면적 이미지가 아니라 입체로서 이미지라는 점에서 그것은 ‘영상’(映像)이라는 의미에 더 가까운 말이다. 영상인 이 ‘첼렘’은 ‘모양’인 데무트(닮음, דְּמוּת)를 담고 있는 전체를 뜻한다. 즉 (닮음을 뜻하는) 어떤 모양이 그 이미지에 내재된 상태를 표지한다는 점에서 ‘비치다/반사하다’는 뜻을 잘 표현하고 있는 ‘영상’은 ‘이미지’의 참된 뜻인 것이다. 이마고 데이(Imago Dei)라는 후대의 술어는 그런 의미의 기제를 담은 총칭이기도 하다. 종합하면 ‘형상’(image)은 모종의 사물로서 그것을 복제한 서로 닮은 차원(Dimension)을 표지한다(인간과 하나님의 상호 이미지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형상은 구상체(닮은 꼴)이다. 하지만 ‘모양’(likeness, 데무트)은 추상적 차원에서의 유사이다. 그러면 대체 이것은 인간학(Anthropology)인가 신학(Theology)인가? 이러한 모호한 경계는 근세 사회로 이행하면서 두 가지 극단의 사회를 결과로 도출하였다. 첫째, 인간이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육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였다”는 사상적 기반의 사회이다. 이 사회는 식민지와 피식민지 관계의 정당성으로 ‘형상과 모양’을 가져다 썼다. 둘째, “하나님이 자신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자신의 형상대로 하나님을 창조하였다”(Feuerbach)는 사상이 지배하는 사회이다. 이 사회는 집단으로서의 인간이 개인으로서의 인간을 식민지화하고 지배하는 정당성으로 ‘형상과 모양’을 가져다 썼다. 이 같은 양극단의 이해가 가져온 폐해는 ‘형상’(첼렘)은 물질로, ‘모양’(데무트)은 비물질로 이해하는 이원적 구조의 전형에 따른 폐해일 것이다. 분명한 이해는 ‘우리의 영상[형상] 안에서’(브짤메누, בְּצַלְמֵ֖נוּ) 맺힌 ‘우리의 모양’(키드무테누, כִּדְמוּתֵ֑נוּ)이었다는 사실이다. 70인 역의 번역 과정에 나타난 이 대목에 관한 이해를 참고할 필요가 있는데, 70인 역은 여기 26절에서는 ‘형상’과 ‘모양’ 사이에 ‘그리고’(καὶ)를 의역해 넣고, 앞서 11절에서는 ‘모양대로’(καθ᾽ ὁμοιότητα)라는 말을 의역해 집어넣음으로써 “우리의 형상대로”가 식물에서의 “종류대로”의 상응된 운율임을 게시하였다. 즉 70인 역의 “형상대로 ‘그리고’ 닮음대로”(κατ᾽ εἰκόνα ἡμετέραν καὶ καθ᾽ ὁμοίωσιν)라는 의역은 결코 형상(물질)과 모양(정신)이라는 이원론을 부추김에서가 아니라, 씨 맺는 열매가 종류대로 맺었듯이(עָשָׂה), 광명이 빛 안에서 빚어졌듯이(עָשָׂה), 동물이 땅에서 빚어졌듯이,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 안에서 그 모양대로 빚어졌다(עָשָׂה)는 종과 류의 통일성에 관한 이해의 빛을 조명한다. 이것은 1장에서 2장으로 이어지는 아사(עָשָׂה) 동사의 통일성과 관련이 있는데, 이 1장에서의 인간은 하늘의 새가 흙에서 나온 것이 아니듯이 흙에서 나온 존재가 아니다. 적어도 1장에서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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