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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054
    mi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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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세기 3장 11절 주석

      대부분의 역본에서 “그 나무 실과를 네가 먹었느냐?”라고 옮기지만 원문에는 ‘실과’(פְרִי)란 말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나무를 먹었느냐?”라고 옮길 수는 없을 것이다. 이는 “하민-하에츠”(הֲמִן־הָעֵ֗ץ)? 라고 묻는 의문불변사로만 구성된 문장이기 때문이다. “그 나무로부터이냐?”라는 정도의 문장이다. 이것이 “그 나무 실과를 네가 먹었느냐?”(개역) 또는 “내가 따 먹지 말라고 일러 둔 나무 열매를 네가 따 먹었구나!”(공동번역)으로 의역되어 온 것이다. 여기서 “그 나무로부터이냐?”라는 뉘앙스는 “누가 너의 벗었음을 네게 고하였느냐! 내가 너더러 먹지 말라 명한 그 나무에게서 네가 먹지 않았다면?!”이라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른 말로 하면 본의 아니게 이 ‘실과’라는 의역은 죄의 본성을 실과의 효능에서 발생한 것처럼 악용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인간의 악은 ‘그 나무’에 접근했을 때 드러나는 것이지 창조되었다거나 발생되는 것이 아니다. 악은 ‘없는 것’이다. ‘없는 것’이라 함은 ‘없음’ 그 자체가 존재로 드러나는 것을 말한다. ‘먹지 말라 명한’ 약속 안에서만 무결하다. 따라서 ‘누가’(מִי) 너에게 너의 벗은 것을 고하였느냐는 심문은 부차적인 문제가 되는 셈이다. 그 ‘누가’가 여자이든 ‘뱀’이든 혹은 거악의 악마이든, ‘내가 너더러 먹지 말라 명한 그 나무에게서 네가 먹지 않았다면?!’ 무슨 문제가 되었겠는가 라는 신뢰/언약에 대한 심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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