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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3장 12절 주석
이 답하기를 “하나님이 주셔서 나와 함께 하게 하신 여자가” 그 나무 실과를 주어서 내가 먹게 되었다는 말은 상당히 순화 시켜 옮긴 표현이다. “하나님이 주셔서”라고 3인칭을 써서 돌려 말하는 바람에 존대감이 격상되어 들리기 때문이다. 본래는 “하나님”이 아니라 “당신이 주셔서 나와 함께 하게 한 여자”이다. “당신이”, 책임 회피가 한층 더 잘 드러난다. 그렇지만 존대감으로 덧씌워진 우리말 의역은 비록 아담의 무책임함이 덜 드러나는 단점은 있지만, 그 공손함 속에 교묘히 은폐 된 전가의 본성이 더 잘 표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아담의 본성 문제가 그 어떤 다른 언어보다 잘 옮겨 내고 있다. 아담의 본성은 죄의 본성이다. 하나님은 “왜 핑계 대느냐?”고 말하지 않는다. 죄가 구현하는 그 전가의 표식을 타고 그대로 흘러가고 있다. 아담에서 여자로, 여자에서 뱀으로, 뱀에서 흙/땅으로. 전가, 즉 이 인퓨타티오(imputatio, 轉嫁)의 원리는 죄가 침범하여 퍼지는 원리이기도 하지만 죄를 소멸하는 순서와 원리이기도 하다. 여자나 뱀을 통하여 연대(solidarity)되지 않고 아담을 통해 연대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