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시인(詩人) 송명희
태어날 때 의사가 뇌를 집게로 잘못 건드려 소뇌 장애로 일생을 뇌성마비로 살게 된 송명희씨는 11세에 한글을 홀로 뗀 노력파 모태신앙인이었지만 장애에서 오는 좌절로 17세 때 죽으려 했다. 그러나 하나님을 만나고 죽어야겠다는 결심으로 목숨 걸고 기도하다 회심하게 된다. 자신을 왜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세상에 나게 했는지 절규하며 하나님을 찾다가 하나님을 만났고, 어둠 속에서 빛을 봤고, 빛 가운데서 글을 보게 되었다. 4년간을 하루 5시간씩 기도하고 성경 통독 하기를 30여번, 그리고 시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의 시는 1985년 5월, 시집 2권과 간증 수기를 출간한 이래 주찬양1집을 통해 “그이름”(최덕신 곡)이 알려졌다. 시집2는 한국기독교저작 최우수 도서상(1985년)과 한국복음성가 작사 대상(1992년)을 수상했으며, 그후 24권의 저서, 100여편의 작사곡을 발표하면서 학교, 방송출연 등 1,500여회의 집회와 신문 컬럼도(11년간) 연재했다. 그 외 90년에는 KBS 열린 음악회, 사랑의 리케스트 등에 출현한 적도 있다. 그러나 무리한 사역으로 1997년 말부터 목디스크를 얻었고, 노화현상까지 가중되면서 모든 사역 활동과 집필 활동을 중단하고 투병 생활을 하고 있으나 호전된 것은 없고 전신 마비로 전환되었다. 우리들에게 송명희씨는 장애인이라기 보다는 아름다운 하나님의 시인으로 기억되고 있으며, 그의 투병 소식을 전해들은 많은 기독교인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너는 내 것이라>는 찬양은 그녀의 2006년 작이다.
프린서플 | 너는 내 것이라
“너는 부유해도 가난해도/너를 사랑하여 구원했으니/너는 내 것이라/너는 현명해도 미련해도/너의 지혜되어 사용하리니/너는 내 것이라./너는 잘났으나 못났으나/너의 모든 것을 알고 있으니/너는 내 것이라./너는 강하여도 약하여도/너의 힘이되어 일으키리니/너는 내 것이라/너는 의로워도 악하여도/너를 나의 피로 바꾸었으니/너는 내 것이라.”
매우 짧은 글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어떤 심미적 표현 범주에만 머무는 시가 아니라, 그리스도인이 갖는 구속사적 삶의 주기를 완벽하게 표현해낸 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뇌성마비에 가로막힌 신체를 가지고 독학으로 문자를 익힌 저자라는 사실을 감한한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구원했고”, “사용할 것이고”, “알고 계시고”, “일으키시고”, “바꾸신다”는 그녀의 증언은 사실 어려운 표현이 아닌데도…, 우리는 시인이 아니라서가 아니라 우리가 쓰는 언어에 대해 그녀만큼의 집중력이 없기 때문에 그분의 음성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사야 선지자의 본문도 역시 <너는 내 것이라>는 음성을 둘러싼 인식의 단계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습니다.
창조했으니.
하나님께서 자신을 창조하신 분임을 알아야 합니다. 성서에서의 창조란 무엇에 대한 ‘반응’인지가 중요합니다. 아무런 전제 없이 멋진 쑈 하나를 보여주기 위해 창조된 세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창조는 혼돈과 어둠 속 두려움에 떠는백성들에게 하나님께서 던져주신 일종의 화두(話頭)입니다.
지으셨으니.
하나님께서 자신을 지으신 분임을 알아야 합니다. 성서가 보여주는 구속사라고 하는 것은 결코 만들기로 시작해서 만들기로 끝나는 다큐멘타리가 아닙니다. 만든 목적을 폭로하는 이야기입니다. 본문은 창조했고, 그 창조와는 별개로 또 지으셨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명하셨으니.
하나님께서 자신을 지명하신 분임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창조하심, 지으심, 지명하심, 이들 세 가지는 우리가 하나님을 향해 신앙하는 한 반드시 인식해야 하는 인식의 관문들이자 단계입니다. 특히 마지막 ‘지명하심’은 앞서 언급했던 창조와 연장선상에서 가장 궁극적인 창조의 형식이자 목적입니다. 만드시고, 지으시고, 그 다음 지명하여 부르시는 것입니다. 선교사나 특정 사역자를 부르시는 게 아니라 창조된 자들을 부르시는 것입니다.
에필로그 | 공평하심.
우리가 자녀를 부를 때 어떤 자녀는 부르고 어떤 자녀는 부르지 않는 게 아니라, 어떤 자녀는 반응을 하고 어떤 자녀는 반응을 안하는 것입니다. 송명희 시인은 외양과 문벌을 갖지 못했었지만 창조하심, 지으심, 그리고 지명하심에 대해 사력을 다해 반응한 최상의 예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녀를 데뷔시킨 작사시 중 <나>라는 시에서는 “…공평하신… 공평하신…하나님이….”라는 메아리가 여러번 울려나옵니다. 그녀가 직면해 있고 헤쳐나가는 환경을 감안하면 우리가 갈 길은 멀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