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어떻게 기쁜가

“슬픔도 기쁨의 한 종류다”(Thomas Fuller)라는 금언이 있다. 부정과 긍정의 명확한 경계를 허무는 듯한 이런 표현은 언뜻 생각할 때 여느 작가의 시문학적 감성이 빚어낸 표현 정도로 생각될 수 있지만 이는 매우 구조적 통찰이 깃든 말이라 할 수 있다. 우리 각자의 생애에서 최초로 기뻤던 순간을 곰곰이 기억해내보자. 내 생애 가운데 가장 기뻤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기억하여보자. 또 오늘 가장 기쁜 것은 무엇인지 하나만 생각해보자. 그리고 내일 혹은 미래에 기쁠 수 있을 것은 무엇인지 세 가지만 떠올려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최초로 뭔가 받았던 것을 기뻐한다. 또는 누군가와 만나게 된 것이 기쁘다. 그런가 하면 어디로인가 갔던 장소를 기뻐한다. 장차 갈 곳도 아울러 기뻐한다. 그리고 뭔가가 된 상태나 또 될 것에 대해 기뻐한다.
그러나 우리의 기쁨은 아무것도 받지 못할 뻔했던 그것이 기쁜 것이다. 헤어질 뻔한 그것이 기쁜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함께 못하면서도 헤어지지 않았던 그 때를 기쁨으로 간직할 수 있는 것이고, 지금 그곳에 있을 수 없으면서도 그곳에 있던 사실을 기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것처럼 다신 오지 못할 여기가 기쁜 것이며, 우리는 그런 식으로 모든 기쁨을 산출한다. 따라서 진정한 기쁨은 언제나 그 반대로 처해질 것만 같은 두려움이나 슬픔과 함께 임하며, 그렇기에 슬픔이 기쁨의 한 종류가 되는 것이다. 이런 기쁨에 속하지 않는 기쁨이라고는 아편과 같은 마약뿐이다.

프린서플 | 무엇이 기쁜가

“주 안에서 항상 기뻐하라 내가 다시 말하노니 기뻐하라”(빌 4:4)고 하였을 때 그 기쁨은 감각기관을 자극해 얻어지는 쾌감이거나 어떤 심리적인 효과로부터 짜내는 막연한 생리 현상이 아닙니다. 그것은 아주 명확하고 분명한 기쁨입니다. 특별히 성서는 그 기쁨에 내재된 형식과 수순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내고 있습니다. 
첫째, 용서의 기쁨.
스바냐 3장 1절에 나오는 “패역하고 더러운 곳, 포학한 그 성읍”은 어느 퇴폐한 이방 나라의 환락가를 이르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지상 최고의 성지였던 예루살렘을 지목하는 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주변국들에 쏟아져 내리던 심판이 점점 이스라엘이라는 구속사 중심축에까지 다다르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종말은 언제나 특정 장소나 특정인에게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전 우주적 지평 속에서 전개 되어 모든 자에게 예외 없이 들이닥치는 것입니다. 그 <모든 자> 가운데서 용서 받은 자만 살아남아 <남은 자> 칭호를 받습니다. 용서의 기쁨은 그 남은 자들의 기쁨 입니다.
둘째, 남은 자의 기쁨.
그러나 남은 자의 기쁨이란 ‘나만 살아남아 다행이다-’라는 식의 기쁨이 아닙니다. 남겨지지 못한 이웃들과 도시, 그리고 그곳에서 남겨진바 된 자로서 짊어져야 하는 그들과의 연대(solidarity) 된 회한들, 이런 조각들이 남은 자의 기쁨을 조성합니다. 이것이 바로 “항상 기뻐하라”라는 지령의 아이러니를 성립하게 만드는 것이며, 이것이 또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생명을 산출해내게 만드는 기쁨이 되는 것입니다.
셋째, 생명의 기쁨.
생명은 새로움을 뜻합니다. 새로움은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부터의 새로움이라는 뜻도 있지만, 그 연대 된 옛 조각들 속에서 다시 싹트는 새로움의 뜻도 있습니다. 전자가 ‘창조’라면 후자는 우리 삶과 더 밀접한 ‘구속/구원’과 맞닿습니다. 즉, ‘용서,’ ‘남은 자,’ 이러한 (기쁘지 않은 몇몇) 주제들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면 생물학적 생명 너머에 자리하고 있는 산고의 생명의 기쁨도 알기 어렵습니다.

에필로그 | 기쁨은 슬픔의 한 종류다.

다시 한번 다음 질문들을 곰곰이 되짚어 봅시다. 
(1) 내 생애에 최초로 기뻤던 순간은 무엇인가? (2) 내 생애 가운데 가장 기뻤던 것은 무엇인가? (3) 오늘 내게 가장 기쁜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4) 내일 혹은 미래에 내가 기뻐할 것은 무엇인가? 대개는 슬픈 것들이 기쁨으로 오래오래 남습니다. 그러므로 본질상 기쁨은 코미디가 아니라 슬픔의 한 종류인 것입니다.
* 이미지 출처:
http://birdhousebooks.blogspot.kr/2011/11/vintage-christmas-books-for-children.html
http://www.funinmarriage.com/page/10/
http://www.squidoo.com/ohenrystories
http://floricane.typepad.com/buttermilk/2010/01/joel-priddys-perfect-valentines-day-gift.html
http://youth.cheongacamp.com/join/notice/_view.asp?no=369&page;=18
http://cdntv.co.kr/s01_1.htm?search_content=&menu;=&now;_page=512

“무엇이 기쁜가”에 대한 1개의 생각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