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예수님에 대하여 가장 이상적인 신앙고백을 했던 장본인 베드로가 곧바로 사탄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는 경위에 대하여, 특히 마가복음에 보존된 원 자료를 분석해 설명한 글이다.
일반적으로는 마태복음을 통해 이 이야기의 교훈을 가져오기 마련이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다”라는 고백에 성공함으로 ‘천국의 열쇠’는 손에 쥐었지만, 사람의 일 곧, 수난 받다가 죽으시고 부활하신다는 예수님의 예언에,
“주여 그리 마옵소서 이 일이 결코 주께 미치지 아니하리이다”
감성에 치우침으로써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휠씬 무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가복음에서는 그가 사탄이 되고 만 경위는 다르다.
1) 우선 마가복음에서는 마태복음에서처럼 “주여 그리 마옵소서…결코 주께 미치지 아니하리이다.” 라는 베드로의 완곡하고도 충성스런 말이 없다.
2) “너는 나를 넘어지게 하는 자로다”라는 예수님의 인정적 표현도 없다.
3) 그 바람에 마가의 본문에서 돋보이는 말은 “베드로가 예수를 붙들고 항변했다”는 표현이다. 마태복음에도 있는 똑같은 표현이지만 “주여 그리 마옵소서…”와 같은 베드로의 완곡한 만류가 이 본문에서는 없기 때문에 더 강조 되는 것이다. 게다가 “항변하다” 보다 원래의 뜻인 “꾸짖다”로 읽을 때 문장이 더 자연스럽다. 예수님이 귀신을 축출하면서 귀신에게, 그리고 거친 바람을 잠잠케 하면서 바람을 향해 꾸짖을 때 바로 이 ἐπιτιμάω(에피티마로)라는 말을 썼다. 베드로가 감히 예수님을 꾸짖었단 말인가??
4) 여기서 베드로가 예수님을 심하게 제지한 것은 아마도 예수님이 자신의 죽음과 부활을 “드러내 놓고” 말하셨기 때문일 것이다. 마태복음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때가 바로 죽음과 부활 예언에 대해 최초로 공개하는 순간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니까 베드로는 ‘죽고 부활 할 것이다’ 라는 이 말이 공개적으로 발설된 데 대해 창피했던 모양이다.
5) 그래서 마가복음은 마태복음과 달리 “나와 내 말을 부끄러워하면 인자도 부끄러워 할 것이다”라는 말을 수록하고 있는 것이다.
6) 방금 전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막 8:30)고 하셨다가 금세 “드러내 놓고”(32절) 말씀하신 모순성에 대한 이해의 부족은 베드로 자신으로 하여금 자기 입장을 한층 심화시키고 있다.
7) 뿐만 아니라, 마태복음에서와는 달리 예수께서도 베드로를 맞바로 꾸짖고(에피티마로, ἐπιτιμάω) 계시다.
§
목사들의 타락과 교회의 퇴락으로 인해 대다수 현대 그리스도인은 이미 그리스도인임을 창피해하는 게 사실이지만, 그것은 핑계에 지나지 않고 그런 사람의 영성 배후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입을 틀어막고 싶어 하는 부끄러움의 영성이 자리하고 있다.
베드로가 예수님을 꾸짖었다는 사실은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오늘날의 그리스도인이 교회와 목사를 꾸짖는 것을 보면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다.
* 2015년 9월 13일 성령강림 후 16주 | 베드로가 사탄이 된 경위 | 성서일과, 막 8:27~38. (cf. 잠언 1:20~33; 시편 19; 야고보서 3: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