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에게는 고대로부터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와 같은 최고 법정 제도가 있었다. ‘산헤드린’이라 불리는 결정 기구다. 산헤드린의 유래는 모세시대라든지(민 11:16, 17), 바벨론 포로 귀한 시대라든지(스 10:8; 느 5:7), 꽤 오랜 기원을 잡을 수도 있지만 이들이 제대로 된 주권을 갖고 있던 시기는 얼마되지 않기 때문에, 시대마다 교체되었던 제국과 어느 정도 결탁된 관료 시스템이었다고 보면 별 무리가 없다.
정확한 그리스어 발음으로 쉬네드리온(συνέδριον)이라 불렸던 이 유대인의 최고 법정 기구에는 대제사장 포함 71인으로 구성되는 것이 전통이었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독특한 관례가 하나 있었다. 만약 어떤 피고의 유/무죄를 가리는 결정을 내려야 했을 때, ‘만장일치’의 결과가 나온 경우에는 그 결과에 대해 무효를 선언한 것이다. 기록에 따르면 그 결과를 아예 불법으로 간주하고, 심지어 그 피고를 풀어줬다고 한다(cf. Sanhedrin 17a; Maimonides, Hilkot Sanhedrin IX: 1).
참고로 1세기 초 산헤드린은 예수 그리스도를 이 의결기구를 통해 유죄 선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있다.
그들이 다 예수를 사형에 해당한 자로 정죄하고
ㅡ(막 14:63-64; 마 26:65-66)
마치 만장일치로 사형 의결을 한 것처럼 언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한 사람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바로 아리마대 요셉.
그는 의원(βουλευτὴς)이면서 의인(δίκαιος)이었던 유일한 사람이었다고 기록한다(눅 23:50). 그가 속한 의회는 분명 쉬네드리온(συνέδριον)이었을 텐데, 그렇다면 이 사람도 가편 투표를 했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의인인가?
아마도 산헤드린의 예수에 대한 유죄 판결은 바로 이 사람 때문에 통과되었을 가능성이 짙다. 그가 만약 예수에 대하여 “죄가 있다”고 한 표만 행사했다면 예수 그리스도는 죽지 않았을 텐데.., 그는 그럴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가 사실 대로 “예수님은 죄가 없다!”고 부표를 던지는 바람에 예수는 죽게 된 것이다.
쉬네드리온(συνέδριον)의 성원 중에 당돌하게 예수의 시신을 찾으러 온 사람은 오로지 이 한 사람뿐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10일 우리나라 18대 대통령은 우리나라 법정 최고 기관의 ‘만장일치’로 탄핵이 최종 확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