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이 의미심장하게 사용하는 용어 ‘영광’을 희랍어로 독사(δόξα)라고 한다.
그러나 이 δόξα는 본래 기독교에서 통용되는 의미로서의 ‘영광’으로는 용례의 빈도수가 낮은 용어였다.
그 쓰임새가 주로 opinion 즉 ‘견해’라는 의미에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독사’가 영광(Glory)으로 전용되기까지는 셉투아진트 번역자들의 공헌이 크다. 그들이 희브리어 카봇(כָּבוֹד, 영광)을 독사로 번역해놓은 까닭이다.
그들은 왜 ‘카봇’을 독사로 번역했을까.
아마도 그것은 ‘독사’가 기대함으로 (바라)본다!는 뜻을 지닌 δοκεῖν에서 온 말일 것이다.
전통적으로 하나님의 영광이란 그의 현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대 희랍의 소피스트들에게 견해(opinion, 또는 의견)란 스스로 계산하고 추론하고 상상할 수 있는 압도적인 능력으로서의 범주에 속한다는 점에서 다른 열등한 생물과는 매우 상대적인 개념이었다. 이것이 독사에 관한 실제적인 용례이다.
이를테면 오늘날 저명한 뉴스 매체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그들에게는 단순한 기사로서의 지면이 있고, 그에 반해 오피니언 지면이 있다. 오피니언은 기사에 비해 비교적 상부 구조에 자리한다.
그들은 마치 독자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것처럼 논술한다.
자기 매체의 노선(좌 경향 매체면 좌로, 우 경향 매체면 우로)의 권역 안에 머무르면서도 언제나 자신들은 마치 어떤 독자적인 진술인 것처럼 임하는 것이다. 이것이 오피니언이다.
또한 이것이 δόξα의 기본 쓰임새이다. 이 견해나 의견(δόξα)을 낼 수 있는 자들의 제1 자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것들을 내다보는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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