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선거 때가 되면 항상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오래 전에 국회의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가 낙선하자 자살을 한 젊은이다. 당시 뉴스가 전해준 자살 사유가 특이했다. 통상 선거 직후에는 선거비용으로 빚을 진 후보들이 사선(死線)을 넘나든다는 얘기는 들어봤으나, 이 사람의 경우는 ‘돈을 하나도 안 쓰고 선거를 치르면 그 진실이 반드시 승리하리라’고 굳게 믿었는데 그 진실이 인정받지 못하자 결국 생을 포기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사연이지만 연민에 앞서 이런 분이 국가의 최고 의결권을 가졌으면 어쩔 뻔했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회기 마다 돌아오는 이 국가적 거사에 우리는 의원(議員)이 아닌 의인(義人)을 뽑아야 한다는 강박에 빠져 있는 것도 사실이나, 의인을 뽑으려면 저 자살한 젊은이를 뽑았어야지.
―라고 생각을 하는데 의원이면서 의인이었던 사람이 한 명 갑자기 생각났다.
그는 바로 아리마대 요셉. 그는 의원(βουλευτὴς)이면서 의인(δίκαιος)이었던 유일한 사람이다(눅 23:50).
그가 속한 의회는 바로 쉬네드리온(συνέδριον) 곧, 산헤드린. 헬라제국 또는 제국과 결탁된 관료 시스템으로서 뿌리를 둔 이 독특한 기구는 대제사장 포함 71인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들에게는 독특한 관례가 하나 있었다. 만약 어떤 피고의 유/무죄를 가리는 결정을 내려야 했을 때, ‘만장일치’의 결과가 나온 경우에는 그 결과에 대해 무효를 선언한 것이다. 기록에 따르면 그 결과를 아예 불법으로 간주하고, 심지어 그 피고를 풀어줬다고 한다(cf. Sanhedrin 17a; Maimonides, Hilkot Sanhedrin IX: 1).
아마도 산헤드린의 예수에 대한 유죄 판결은 바로 이 사람 때문에 통과되었을 가능성이 짙다. 그가 만약 예수에 대하여 “죄가 있다”고 한 표만 행사했다면 예수 그리스도는 죽지 않았을 텐데.., 그는 그럴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예수님은 죄가 있다”고 가표를 던질 때, 그가 사실 대로 “예수님은 죄가 없다!”고 부표를 던지는 바람에 예수는 죽게 된 것이다.
쉬네드리온(συνέδριον)의 성원 중에 당돌하게 예수의 시신을 찾으러 온 사람은 이 한 사람뿐이었기 때문이다.
성서는 그가 신변의 위협을 무릅쓰고 예수의 시신을 찾으러 나아갔던 ‘당돌함’, 그 한 사실만을 기억하고 있다.
‘기독교’ 이름을 가진 정당도 만들어진 모양인데.., 그 정당뿐 아니라 모든 후보자들 중에 의원(議員)이면서 의인(義人)인 분들이 많기를 기대해본다. 절대절명의 이 난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