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노란색은 녹색과 적색에 의해서만 지각된다. 그런데 봄과 가을의 노랑은 똑같이 초록으로부터 나오지만 오로지 가을 노랑만이 적색을 잠재하고 있으며 죽을 때도 가을 노랑만이 그 붉은 빛을 토하고 죽는다. 그래서 봄 노랑은 교활한 반면 가을 노랑은 타나토스(죽음)를 연상시키는 권능이 있다. 여기서 그 형식의 변화를 주도하는 힘, 곧 잠재태(潛在態)는 뒤나미스(δύναμις)에서 온 말이다. 우리 예수님이 눈먼 자를 뜨게 하고 앉은 자를 일으켜 세울 때 성서는 그 힘을 뒤나미스로 기록한다. 즉 우리는 누구나 눈을 번쩍 뜰, 그리고 다리를 쭉 펴고 일어설 힘을 몸에 지니고 있다. 문제는 그가 숨을 불어넣어 그것을 깨운다는 사실이다. 모두 가을의 권능을 만끽하시길.
이 가을 노랑을 발견한 지는 벌써 3년. 3년이 더 흘러버려 벌써 6년. 추가로 3년이 또 흘러서 10년.그리고 유난히 노란색이 나부끼던 올해도 다 갔네. 노란색은 그 본성을 훼손당하였다. 나도 토할 차례가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