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목사’라는 국문의 어원을 ‘양치는 사람’ 정도로 아는데,
목사(牧師)라는 말은 우리나라 관료에게 부여되는 호칭이었다.
목민심서에 따르면 다산은 어디까지나 철저한 벼슬아치 입장에서 백성을 불쌍히 여기는 논조를 그의 책에서 유지하고 있다.
너도 나도 벼슬아치인 세상에서는 목민만으로도 은혜로운 미덕일 것이다.
그러나 성서에서 말하는 목사(ποιμήν/pastor)는 벼슬아치가 아니다.
성서에서의 목자상은 이상적인 벼슬아치상이 아니라 양을 위해 죽는 목동이다(요 10:11).
게다가 조선시대에 벼슬아치가 백성을 위해 죽는다는 미덕은 들어보지 못하였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목사들이 목사(牧師)라는 말의 유래를 딱히 알고 있는 것 같지 않으면서도 그 호칭과 직위의 값을 톡톡히 받아 내고 있는 것을 보면 과연 그들의 후손답다ㅡ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주변의 목사들은 누가 보더라도 어진 ‘벼슬아치’이기 때문이다.
목민심서에서의 ‘양’과 성서에서의 ‘양’ 사이에는 이와 같은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