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곳에 이사왔을 때 과일과 떡을 돌렸다. 예배 때문에 시끄러울까봐서사실은 지네들이 더 떠들어 이다. 위, 아래, 옆집 다 돌렸는데, 옆집에서만 답방이 왔다. 아주머니께서 딸기까지 사들고. 그러면서 아내에게 “어려운 일 있으면 연락하라”고 했다나? 우아, 대단히 친절한 사람들이구나 생각했다. 그렇게 한동안은 격조있게 잘 지내었다. 어느날 저녁에 애들이 밖에서 들어오면서 소스라치게 놀라며 뛰어들어왔다. 집 앞에 누가 속에 있는 걸 토한채 쓰러져 있다는 것이다. 그때 마침 초인종까지 막 누르는 것이었다. 집 잘못 찾은 취객이겠거니 하고 있다가, 안 되겠다 싶어 경비실에 연락을 했다. 사람들이 뛰어 올라왔다. 알고 보니 옆집 그 격조있는 분이었다. 그 이후로는 먼저 인사를 해도 받는 둥 마는 둥 한참을 그러더니 한 1년 정도를 있다가 엊그제 이사를 갔다. 말도 없이. 꼭 말을 하고 이사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기가 토해 놓고선 되려 토한 사람 본 듯한 얼굴을 하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 그때 내가 토한 거 다 닦아줬어야 하는데, 그래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