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평신도 신분으로 교회 행정 일을 본 적이 있다. 첫 번째 한 일이 교회의 조직 세우는 일이었다. 환경미화부, 복지부, 경조사부, 성례부.., 이런 식으로 나누어 교회 유지들을 분임케 하는 것이었다. 당시 결혼식과 장례식을 경조사부에서 맡고 있었던 것을 나는 장례식만 떼어다가 성례부에 분류를 해놓았다. 그랬더니 대뜸 성례부를 맡고 있는 양반이 “장례는 성례가 아닙니다!” 하며 교회 예전도 모른다는 식으로 핀잔을 하였다. 사실 나는 딴 뜻이 아니라 성례부가 권위만 세웠지 다른 부서에 비하면 턱없이 일도 럴럴한 데다가, 어떻게든 그동안 애쓴 경조사부서의 짐을 좀 덜어주고자 그리 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환경미화부에 장례식 맡으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장례는 성례가 맞다. 장례는 본래 일곱 성례 가운데 하나였던 것을 종교개혁자들이 두 개만 남기고 제거 한 것이다. 당대의 절박한 개혁 취지 때문에 다 털고 두 개만 남겼는 지는 모르겠으나 사람의 일생에서 장례만큼 중요한 성사가 또 있는가? 개혁자들이나 그 성례부 유지 입장에서는 이렇게 말할 런지 모르겠다. 주님이 직접 명령하신 건 세례와 성찬뿐이라고. 하지만 예수님의 첫 번째 표적이 사람 결혼식에서였고, 가장 마지막 표적도 사람의 장례식에서였다는 사실은 잊었는가? 어쨌든 한 인간의 입장에서 일생 일대의 가장 마지막 성사(Sacrament, 聖事)가 현대 교회로 접어들어서는 친목 정도의 경조사로 보람상조 정도로 격하되었다는 점에서 중세 오르가즈 백작의 매장(The Burial of the Count of Orgaz)만큼이나 세속화되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성사(성례)란 사람 위해 있는건가 하나님 위해 있는건가? 그가 최상급 장로보다 얼마만큼 죄를 더 지었는지, 혹은 오르가즈 백작만큼 돈이 많았는지.., 그런 건 전혀 별개의 문제다.
엘 그레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