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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교의적인 글이 아님을 밝혀둔다.

기독교는 ‘복음주의’라는 명칭으로 순화되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 원리주의(fundamentalism) 성향이 내재된 교의 종교이기에 타 종교 또는 비 기독교인과 소통할 때면 언제나 상대를 ‘지옥 갈 대상’으로 전제하기 마련이다.

이런 전제가 기독교 내에서는 문제될 것이 없지만, 이웃을 사마리아 대하듯 하는 태도로 표출될 때에는 기독교 ‘원리’에 심각한 손상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우리나라 불교의 최고 학승 중 하나인 성철의 “사단이여!”에 대한 기독교인의 이해도 그 중의 하나일 것이다. 성철이 아니라 그 어떤 도덕 군자라 하더라도 예수 없이 구원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은 논고의 가치도 없이 진리이다. 그러나 성철의 “사단이여!”에 대한 일방적인 이해는 기독교인의 부족한 인문적 소양으로 점철되어 온 면이 없지 않다. 따라서 이 글은 그 이해를 밝히고자 하는 글이다. 기독교 교의적 진술이 아님을 거듭 밝혀두는 바이다.

성철의 원문부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성철

성철의 어록들

1993년에 타계한 승려 성철은 당시 다음과 같은 유언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에선 열반송(임계송)이라고 부르지만 편의상 유언

한평생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하늘에 가득한 죄업이 수미산을 지나간다.

산채로 무간지옥에 떨어지니 한이 만 갈래나 되는데
태양이 붉은 빛을 토하면서 푸른 산에 걸렸구나.

원문:
生平欺狂男女群 彌天罪業過須彌 생평기광남녀군 미천죄업과수미
活陷阿鼻恨萬端 一輪吐紅掛碧山 활함아비한만단 일륜토홍괘벽산
ㅡ조선일보 1993.11.5. 15면

그런가 하면 1987년 석탄절 법어에서는

“사단이여! 어서 오십시요, 나는 당신을 존경하며 예배합니다 당신은 본래 부처님입니다.”
ㅡ조선일보- 1987.4.23 7면

라는 충격적인 고백을 남겨 세간을 떠들석하게 했다.

성철의-1

일부 기독교인은 이 사실을 두고서 ‘불교의 실체’, ‘사탄 숭배’ 라는 식의 다소 경망한 해설로 오랫 동안 두고두고 회자하였지만, 사실 저 법어들은 그렇게 단순히 문자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그 이상의 경지를 담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 이해가 중요한 이유는 불교뿐 아니라 우리의 경전 이해에서도 마찬가지다. 가령,

야웨께서 사단에게 이르시되 내가 그를 네 손에 붙이노라 ㅡ욥 2:6

ㅡ라고 하였을 때, 야웨 하나님은 사단을 조종하는 분이신가? 사단과 대화 하시는 분이신가? 언제나 인간의 생사화복을 주관함에 있어 사단을 ‘활용’하시는 것인가? 그런 것이 아니다. 위 구절에서 언급되는 사단에 대한 완성도 있는 해제를 얻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신학이 동원되지 않으면 우리의 삶 속에서의 저 악의 역사를 해명할 길이 없다.

이 같은 우리의 성서 텍스트 한 줄에서도 깊은 학제적 이해가 동반되지 않으면 아무나 함부로 자기 상식 대로 이해할 수 없듯이 불교 역시 마찬가지이다. 기독교가 불교의 이치를 해명하고 다닐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잘 알지 못하는 문맥을 우리 식으로 두고두고 우려먹는 것은 종교를 떠나서 부끄러운 일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최고의 학승(學僧) 중 한 사람이 죽음에 이르러 깨친 함의들을 그렇게 경박한 전도용으로 활용하는 것은 도의적으로도 더욱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히 그래도 이 문맥을 활용하고 싶다면, 적어도 우리는 여기서 이 최고의 학승이 그 생애 마지막 경지에서 과연 어떠한 궁극에 다다랐는 지 정도는 알고서 참고해야 할 것이다.

 
자력구원과 타력구원

그것은(저 탄성 혹은 탄식은) 한 마디로 ‘자력구원’으로 다다를 수 있는 최고의 경지였다고 할 수 있다.

자력구원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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