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찬성 교회’와 ‘반대 교회’를 가른 ‘두 뿌리’
한 교회 두 뿌리
차별금지법. 사안을 표면적으로만 보면 ‘차별 금지’를 반대하는 기독교는 참 이기적인 집단으로 보일 것 같다. 그러나 조금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차별금지법’은 그 차별의 주체와 객체의 불분명함 때문에 포괄적인 ‘통제법’이라는 것이 법조인의 대체적인 견해이다.
현대인 치고 차별을 즐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굳이 종교적 경구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자신이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기에 평등은 보편적 가치이다.
그렇지만 그 평등한 지위로 우리가 종교와 같은 특수한 공동체에 귀의하였을 때는 차별화된 선택적 의지를 전제한다. (동성애자만 자기 속성을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선택적 참여로서 그 선택을 한 사람 자신이 사회적 역할과는 별개로 (수고스럽게) 부담하는 행위이다. 사회에 전가하는 행위가 아니다. 차별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래서 ‘구별’이라는 용어를 쓴다.
비단 기독교뿐 아니라 불교나 여타의 고등 종교는 국가와 사회의 질서에 반하는 권역이 아니기 때문에 민족과 그토록 오랜 세월을 함께 한 것이다. 그러나 국가와 사회의 질서가 이념이나 분쟁, 전쟁 또는 천재지변 같은 재앙을 겪으며 질서가 재편될 때는 핍박을 받아왔다. 그래서 종교로서는 이러한 탄압의 전조가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있다.
같은 종교 내에 이러한 재앙적 입법 행위에 찬동하는 종교인이 있고 반대하는 종교인이 공존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원리주의를 고수하는 기독교 내에 그런 두 집단이 공존하고 있으며 금번에 차별금지법을 찬성한 교회와 반대한 교회가 그것이다.
왜 그럴까 싶겠지만, 사실 이는 역사의 복고이다.
차별금지법을 찬성한 교회
이 두 교회는 오늘 이 시점에 나뉜 게 아니라 뿌리를 다르게 갖고 있다. 그 두 뿌리를 약술하려고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우선 기독교 경전의 한 구간을 소개해드린다. 판독해보시기 바란다.
아래 인용문은 뭔가를 더하거나 뺀 구문이 아닌데도 ‘중요한 뭔가’가 하나 빠져 있다고 취급되는 구간이다.
“내 조상은 방랑하는 아람 사람으로서 애굽에 내려가 거기에서 소수로 거류하였더니 거기서 크고 강하고 번성한 민족이 되었는데 애굽 사람이 우리를 학대하며 우리를 괴롭히며 우리에게 중노동을 시키므로 우리가 우리 조상의 하나님 여호와께 부르짖었더니 여호와께서 우리 음성을 들으시고 우리의 고통과 신고와 압제를 보시고 여호와께서 강한 손과 편 팔과 큰 위엄과 이적과 기사로 우리를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시고 이곳으로 인도하사 이 땅 곧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주셨나이다 ”
ㅡ신 26:5b-9.
이 구간은 신명기 26장 5-9절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더하거나 뺀 것이 없다. 그대로이다. 그런데 여기에 뭔가 하나가 빠져 있다고 사람들은 생각하기 시작했다. 무엇이 빠졌느냐?
바로 시내산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 있다.
위 문단은 야웨 신앙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신조(Creed)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고백의 문단에, 그토록 중요한 ‘시내산 이야기’가 단 한 줄도 없는 것이다. 이는 실제로 이상한 대목이다. 토라(오경) 전체에서의 시내산 사건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있을 수 없는 생략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발견을 놓고서 사람들은 결론 짓기를 토라, 즉 구약성서는 ‘편집된 본문’이라는 확신에 다다랐다. 이러한 방식으로 성경 읽기를 가르친 학자로는 구약학의 거장 폰라트를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읽기의 방식이 우리나라에 도입이 된 것은 1930년대의 일이다.
우리나라 근대기에 이러한 성경 읽기의 방식을 투척한 대표적 인물은 김재준(1901-1987)일 것이다. 한국교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시도를 ‘축자영감설’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인 전통 한국교회에서는 즉각적으로 반응했고 결국 이것은 장로교 분열의 씨앗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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